[일기] 비온다

 

비가 많이 온다. 아마 다음 주까지 쭉 올 것 같다. 비가 오니 막걸리(위스키면 더 좋을듯) 한 잔 적시며 쉬어야 할 것 같지만, 우산을 써도 몸에 달라붙는 빗방울들을 보니, 올 해 있었던 변화들을 한 번 살펴보고 넘어가야 하는 타이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7월에는 특히 업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에 따라 생활 패턴이랑 업무 습관도 많이 변했던 한달이었다. 코로나로 연초부터 재택근무라는 파도에 한 번 휩쓸려 상반기에도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어느정도 코로나가 생활에 스며들어 스스로 나태해질 때 쯤, 업무적인 변화가 다시 한 번 나를 몰아친 듯 하다. 우선 선형대수학을 재밌게 공부하고 있다. 예전부터 꼭 사고 싶었던 책을 지난 달 쯤에 사비를 들여 큰 돈주고 샀는데, 사길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 강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깊이와 통찰력을 느끼고 있다. 다만, 이런 개념들이 실무에는 현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니,현재 조급해 할 필요도 없고 전혀 조급하지도 않다. 나중에 어느 순간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가치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개념과 이론 공부에 있어선 마음이 편하다.

개(dog)발

텍스트 북 펴고 카페에 앉아 공부할 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실무에 필요한 개발 지식의 한계를 요즘 느끼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즉, 개발 공부와 프로젝트 모듈화를 더 개발자스럽게 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건 하기 싫은가보다.
리눅스 서버에 접속해서 가상 환경을 띄워놓은채, GUI가 아닌 텍스트 에디터 환경에서 진행하는 분석 상황은 너무 낯설고 쉽지 않다. 쥬피터 인터프리터에서 바로 바로 결과를 보며 일을 하던 습관이 깊숙히 박혀있어서 더 힘든 듯 하다. 콘솔에서의 에디팅과 개발은 확실히 “멋있다”. 너무 멋져서 멋을 위해 꼭 tmux나 vim 에디터를 배워야 하나 하는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가상환경에서 오랫동안 돌아가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돌리고 있자니, 하이퍼 파라미터들을 여러 시나리오로로 미리 설정해두고 내가 자는 동안에서 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리눅스 개발환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운영체제 이론 깊게 팔 필요는 없을 것 같고, tmux와 vim만 있어도 다른 어떠한 툴 없이 개발을 해낼 수 있는 정도만 되자 라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다. 쥬피터에서의 근시안적인 분석 습관은 코드 퀄리티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왔던 것 같다. 단순한 코드 객체화와 함수 연결도 현재 꾸역꾸역 힘들게 하고 있으며, 디렉토리 설정도 깔끔하지 못하니 시급하게 개발 공부에 시간을 더 쏟아야 한다. 물어보면 바로바로 답이 나오는 훌륭한 팀원분들이 계시니 더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이 일기를 돌아보며 ‘아 이때보다는 지금 훨씬 낫네’ 라고 만족할만 한 수준에 다다를 수 있길…

논문

요즘 읽고 있는 추천 논문들과, 이에 대한 코드들을 보면 아이디어도 정말 간단하고 코드 구현도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DLRM, DeepFM, LightFM과 같은 추천 알고리즘들을 처음에 tensorflow로 구현할 때는 정말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tensorflow 2.0로 API 개편이후 한 번도 작성해본적이 없고, 책을 사놓고 읽어도 어떻게 코드로 접근해야 할지 몇주동안 감이 잘 안왔는데, 지금은 structure를 보고 어느정도 구현할 수 있으니 그래도 예전보다는 성장하고 있구나 라는 마음에 위안이 된다. 이 생각을 조금 더 과장해서 더 나아가자면 논문보다 더 나은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들게 된다. 물론 요즘은 수학적 이론이 탄탄해야 좋은 ‘연구’라고 보겠지만, 난 연구자는 아닌 실무자 이다보니 퍼블리싱보다는, 내 깃헙에 올릴만한 창의적인 프로젝트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도다. 이 또한, 올해가 가기전에 하나 정도 이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즈음

요즘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일이 막힐 때 능력 부족을 깨닫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버닝하는 약 3시간 주기의 싸이클이 하루에 여러 번 지나간다. 이 반복적인 싸이클이 4번 정도만 지나면 퇴근시간은 이미 지나있고 야근도 끝나가는 시간이다. 좋은 현상이긴 하나, 버닝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나를 장작삼아 너무 시간을 태워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태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활활 타서 너무 큰 불이 됐을때쯤 잠시 쉬면서 따뜻하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끗!